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교체 대상 의석 121석 중 64석(기존 61석)을 차지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13석과 보수당의 1석을 합해 78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연립 3당은 3년 후에 교체하는 61석을 합쳐 참의원 전체 의석 247석의 절반을 훨씬 넘는 139석을 차지해 중의원과 참의원을 모두 안정적으로 장악하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선 그의 ‘독주’가 일본에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4가지 우려’가 불거졌으며 고이즈미 총리는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3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가지 우려〓‘대통령 같은 총리’의 원맨쇼 정치 가속, 우경화를 부채질하는 각종 법안 정비, 안정의석 확보로 인한 야당 무시, 내치 위주로 대아시아정책 경시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자민당이 도쿄(東京)의회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오로지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승리함으로써 일본 정계에서 그의 개혁노선이나 정국운영에 반기를 들만한 세력이 사라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제 어떤 정책이든 큰 반대 없이 시행할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
그는 총리가 되자마자 헌법개정과 집단적 자위권확보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를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주변국의 눈치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던 ‘금기사항’을 하나씩 깨나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그를 견제하기는커녕 눈치를 보아야 할 처지가 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26석(기존 22석)을 얻어 의석이 약간 늘었으나 자민당의 상대가 못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공산당과 사민당의 의석은 각각 8석과 7석에서 5석과 3석으로 줄어들었다. 도이 다카코(土井たかこ)사민당 당수는 29일 “여당이 수를 앞세워 야당을 무시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이 원한다면 외교마찰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드러난 아시아 경시정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3가지 난관〓고이즈미 총리가 지금까지는 ‘말’로만 개혁을 외쳐왔으나 이제는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구조개혁, 부실채권 정리, 공공법인 민영화 등은 실현과정에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국민이 이를 감내하면서 그를 계속 지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가 및 경기의 향배도 문제다. 연립 3당이 안정의석을 확보했는데도 30일 닛케이평균주가는 오히려 218.81엔이 떨어진 11,579.27엔을 기록했다. 시장은 아직 고이즈미 총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변수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면서 비주류인 하시모토파 등의 동향. 하시모토파는 이번 선거에서 23명이나 당선시켜 중참 양원의 파벌세력이 2명 늘어난 103명이 됐고 고이즈미 총리가 소속된 모리파는 60석에서 55석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비주류파의 반격과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일본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사참배 숙고후 판단"▼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공언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참배문제에 대해 다소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3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고 온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 등 연립 3당 간사장이 참배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해 선거 후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들과 회동한 뒤 참배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숙고해서 판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공명당대표는 이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며 이웃나라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일인만큼 공적 사적 성격을 떠나 참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