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국제협약 잇단 파기…美언론 "지도국 지위 약화"경고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42분


미국의 국익을 내세워 국제협약과 조약 등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무시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논란이 미국 내에서 가열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29일 ‘방관하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취임 전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대외관계에서 겸손해야만 한다’고 자주 강조했던 부시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제조약과 협약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경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창설 조약에 관한 상원 비준을 모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구온난화에 관한 교토의정서 거부 △러시아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파기 용의 천명 △생물무기금지협약 검증의정서 거부 △96년 핵실험금지조약과 93년 러시아와 체결한 핵무기감축협정의 상원 인준 무기 연기 등 참담한 기록을 보여왔다고 예시했다.

타임스는 “이같은 일은 세계의 지도국이자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국제법을 입안한 미국으로선 생산적인 역할이 아니다”며 “다른 나라의 우려를 경멸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을 부식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또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 짐 호글랜드도 이날 ‘부시의 일방주의(unilateralism)에 따른 위험’이라는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재선을 위해 외교정책을 이용하고 있다며 “국내의 정치적 필요성과 외교정책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과 한마디 없이 뒤섞어 놓은 대통령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주요 국가들도 반미주의를 국내 선거에 이용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국제적 협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민주당은 최근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을 비난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CBS TV의 토크쇼에 출연, “현 행정부만큼 국제주의적인 행정부는 없다”며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 협약에 서명하기 위해 당선된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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