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송 흑인상대 연설대결]부시 세련 vs 클린턴 달변

  • 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30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각각 워싱턴과 뉴욕에서 흑인 계층을 상대로 불꽃 튀는 ‘연설 대결’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워싱턴 메리어트 파크 호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흑인 밀집지역인 뉴욕시 할렘가에서 연설해 청중으로부터 수십 차례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미국의 일부 방송은 두 곳을 번갈아가며 생중계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CNN방송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저소득층 문제와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다양한 대책과 정견을 선보이는 등 마치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내뿜었다고 전했다.

이날 미 흑인 출신 경찰간부 모임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은 갈색 양복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미국이 위대한 것은 자신보다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며 흑인 출신 경찰관들의 노고를 치하해 박수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64년 흑인 경찰관이 처음으로 임관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한 뒤 저소득층 교육문제 및 각종 지원방안, 종교단체 지원책을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 전 유세 때의 어눌한 모습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여유 있는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욕 할렘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 주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할렘은 클린턴을 환영해요’라고 씌어진 현수막을 배경으로 푸른색 양복차림을 하고 연단에 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설 도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거나 주먹을 불끈 쥐는가 하면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어조로 에이즈 교육문제 고용증대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제시하는 등 ‘연설의 귀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개소식과 함께 치러진 ‘클린턴 환영식’에 몰려든 주민 수천명은 “우리는 클린턴을 원해요” “우리는 플로리다주 개표를 도둑질 당했다”라고 외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AP통신은 형형색색의 풍선과 정치 구호가 가득 담긴 현수막들이 마치 선거를 앞둔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고 보도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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