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특별이사회에 참석하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외교통상부 최혁(崔革) 통상교섭조정관은 새로운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상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WTO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99년 시애틀에서 무산됐던 뉴라운드가 올해 카타르의 도하에서도 불발하면 WTO체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로 인한 쌀시장 개방의 나쁜 기억이 남아있는 한국 입장에서도 뉴라운드의 출범은 종합적으로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많다는 분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안덕근(安德根) 교수는 “농업, 서비스 등의 협상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21세기 전반기 무역질서의 판을 다시 짜는 뉴라운드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산품시장접근 반덤핑 등의 의제들을 적극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뉴라운드 추진 일지 | |
시기 | 내용 |
1994년 5월 | -우루과이라운드(UR) 종료 |
1995년 1월 | -UR 결과로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
1996년 12월 |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
1998년 5월 | -제네바 제2차 WTO각료회의에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준비하기로 결정 -1999년말 미국 시애틀 3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 결정하기로 합의 |
1999년 11월 | -미국 시애틀 제3차 WTO각료회의. 주요국간 협상의제 의견 차이로 뉴라운드 무산 |
2001년 1월 | -WTO일반이사회 11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제4차 각료회의 개최 결정 |
3월 | -농업과 서비스 분야 협상 1단계 협상 마무리 |
5월 | -제3차 아세안(ASEAN)+3 경제장관회의, OECD각료이사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외무장관회담 등에서 뉴라운드 출범 노력 공동성명 발표 |
6월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뉴라운드 출범 지지 공동성명 발표 |
7월말 | -제네바 WTO 이사회에서 뉴라운드 출범 준비를 위한 특별이사회 개최 |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나〓UR의 결과물로 출범한 WTO는 98년 제네바에서 제2차 각료회의를 열어 UR에서 미진했던 의제를 다루고 세계화의 진전과 기술발달을 따라잡기 위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처음 내놨다. 이에 따라 1999년 3월부터 회원국들은 뉴라운드에서 다룰 의제에 대한 나라별 제안서를 제출했다.
▼글 싣는 순서▼ |
![]() 上 예상되는 주요 의제 및 각국 입장 中 지금까지의 협상 흐름과 향후 전망 下 한국에 미칠 영향과 대책 |
그러나 같은 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각료회의는 주요 협상국간의 의제에 대한 의견차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현실인식의 차이, 비정부기구(NGO)들의 세계화 반대 등으로 당초 예정했던 ‘밀레니엄 라운드’를 출범시키는 데 실패했다.
시애틀의 실패로 2000년 한해 동안 숨죽었던 뉴라운드 논의는 올 1월 재개됐다. 5월의 아세안(ASEAN)+3 경제장관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6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는 뉴라운드 출범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잇따라 내놨다.
6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세계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EU가 정상회의를 갖고 뉴라운드 출범을 위해 공동노력을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같은 달 WTO 고위급 특별회의에서 미국과 EU는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회의에서‘좁은 의제’와 짧은 협상기간을 고집하던 미국이 ‘균형 있는 의제’를 채택한다는 데 동의, EU 한국 일본 등이 주장해온 ‘광범위한 의제’에 접근하면서 뉴라운드 출범의 청신호가 켜졌다.
▽앞으로 어떻게 갈까〓지난달 30, 31일 제네바에서 열린 WTO 특별이사회는 11월 뉴라운드 출범의 현실성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인도 말레이시아 등 일부 강경 개도국들은 여전히 “UR를 이행하기도 힘든데 굳이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해야 하느냐”며 “선진국들이 섬유시장개방, 개도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의무이행 유예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출범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투자 경쟁 환경 등의 의제에 동의했다가 선진국의 ‘술수’에 말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한국이 강력히 주장하는 반덤핑 의제는 미국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무역원활화(세관절차간소화 등) 정부조달투명성 등에도 선진국간에 의견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이 ‘뉴라운드는 반드시 출범시킨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에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국의 이해에 맞춰 각 분야 협상을 따로 진행하자는 국가들의 주장이 잦고 전체 의제를 ‘패키지’로 묶어 한번에 처리하자는 ‘싱글 언더테이킹’방식에 대한 의견도 모아져 있다. 협상기간 역시 3년짜리 단기 라운드를 주장해온 미국이 최근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 되면 스튜어트 하빈슨 WTO 일반이사회 의장과 마이크 무어 사무총장 등이 개별 국가들과 의제에 대한 본격 협의를 진행할 예정. 9월말 이들이 도하에서 발표될 각료회의 선언서의 초안을 만들어 회원국에 돌리면 새 라운드는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김상철·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