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용모에 언제나 말쑥한 차림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나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최근 콧수염과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스페인 발렌시아의 티 대학 캠퍼스에 나타나자 학생들이 놀라 던진 말이다.
정치 명문가 후손, 명문 하버드대 출신, 귀족풍 용모…. 고어 전 부통령은 왜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으로 유럽에 나타났을까.
미국 언론은 지난 해 대선 패배 후 은인자중하고 있던 고어 전 부통령이 9월로 예정된 정계 복귀를 앞두고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변신을 시도했다고 풀이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차가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수염을 기른 것처럼 고어도 귀족풍의 이미지를 대중적 이미지로 바꿔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미 언론은 지난해 대선 때 귀족풍 이미지가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됐다고 고어측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어의 보좌관들은 “그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차 유럽 여행을 하고 있다”며 “휴가 중 기분을 내기 위해 잠시 수염을 기른 것일 뿐 귀국하면 면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