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신사참배" 찬반논쟁 확산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24분


'신사참배 중지하라'
'신사참배 중지하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힌 8월15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6일 히로시마(廣島)시에서 열린 ‘원폭의 날’기념식에 참석한 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해 “찬반 양론이 있어 숙고중”이라며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명확한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참배를 반대하는 정부 내 목소리는 점차 작아져 참배는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일부 양심적인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6일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총리의 참배단념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반대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참배론〓내각과 자민당, 연립여당 내의 반대론은 갈수록 수그러지고 있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5일 TV에 출연해 “이웃국가와의 관계는 악화될 수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방문 뒤 총리에게 참배를 재고하라고 건의했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연립여당 공명당도 ‘참배 절대 반대’를 외치더니 요즘은 ‘8월15일만은 피하라’고 물러서고 말았다. 각료 중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도 “총리의 개인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앞으로는 참배 재고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발 뺐다. 총리의 외무성 인사 지시를 거부했다가 경질 직전까지 갔던지라 ‘보신’을 하려는 것 같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는 6일 “외국의 주장에 따라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사람은 매국노”라며 참배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한 우익 단체는 3일 산케이신문에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환영하는 양면 광고를 게재하는 방법으로 총리의 참배 결정을 기정 사실로 부각시키고 있다.

총리 측근들은 참배는 반드시 하되 국내외 반발을 고려해 △8월15일을 피하거나 △공적, 사적 참배 성격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신도(神道)형식(두번 절→두번 박수→한번 절)을 지키지 않으며 △참배 후 담화를 발표하는 방법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론〓일본 평화유족회 전국 연락회와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야스쿠니문제 위원회 소속 회원 30여명은 6일 오전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전쟁을 ‘위업’으로, A급전범을 ‘영령’으로 찬미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세계를 향해 일본은 과거의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나라라고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할 것, 전몰자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 것, 참배를 하고 싶으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혐의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4일까지 이곳에서 매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도쿄대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교수, 와세다대 미즈시마 아사호(水島朝穗) 교수 등 학계 6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에게 참배를 단념하도록 촉구하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했다. 이날 총리에게 전달된 이 편지에는 현직 대학교수 23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침략전쟁 책임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이웃국가와의 관계 수복을 위해 애써온 오랜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것이자 정치적 외교적 도의적으로 일본에 해를 끼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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