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했다가 주변국의 강력한 비판을 받자 다음해부터 참배를 중단했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는 참배 중단 이유를 “일본도 대국이 됐으므로 거기에 걸맞게 이웃국가와의 관계도 중요하게고려해야하기때문”이라고설명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더욱 성장해 경제대국을 넘어 ‘정치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나카소네의 논리에 따르면 예전보다 더 주변 국가와의 우호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 국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일본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낳게 했다.
▼글 싣는 순서▼ |
- 上-국내외 반발 아랑곳 없는 야스쿠니 참배 |
일본의 사고틀이 바뀌고 있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일본은 전쟁 금지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월에 5년 시한의 헌법조사회를 중의원과 참의원에 설치했다. ‘조사’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상 개정을 전제로 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2008년에는 헌법 개정시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고이즈미 총리도 헌법 개정에 대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추진중인 군사관련 법체제 정비▼
항목 | 현황 | 쟁점 |
헌법개정 | 2000년 1월, 5년 시한으로 중참양원에 ‘헌법조사회’설치해 논의중. | 전쟁금지와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조항’ (제9조)의 개정여부가 최대 관심. |
집단적 자위권 확보 | 지금까지는 현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법정비 필요성제기 | 현행 헌법상으로도 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헌법위반이라는 주장이 대립. |
유사법제 정비 | 일본이 직접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법체제정비로 81,84년 일부 시안을 발표했으며 현재 관련성청이 합동으로 연구중. | 헌법위반의 가능성이 있는데다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전수(專守)방위개념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커서 주변국가 우려. |
평화유지활동(PKO) 참여 확대 | 참여여건 확대위해 PKO참가 5원칙 완화추진 | 순수한 의미의 평화유지 기여라는 주장과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확대조치라는 주장 대립. |
방위청의 방위성승격 | 자민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계속 문제제기 | 방위성으로 승격할 경우 예산이나 권한 등이 강화됨 |
일본이 헌법 개정을 위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헌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환경권이나 사생활 보호, 지방분권, 재정 건전화 등에 새로운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심은 역시 전쟁 금지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제9조’(평화조항)의 개정 여부다. 이 조항을 바꾸면 일본은 경제대국에서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을 열게 된다.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고이즈미 총리는 적극적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우방이 적의 침략을 받거나 주변국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일본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현행 헌법상으로도 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대체로 부정적이다. 헌법이 개정되면 이 권리가 확보된다.
또 다른 현안인 유사법제 정비는 일종의 ‘전시동원법’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자위대와 미군의 활동보장,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방안 등을 미리 규정해 놓자는 것이다. 방위청은 이를 위해 상당한 대비를 해왔고 지난해 연립 3당이 본격 논의에 합의함으로써 현재는 관련 성청이 법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평화유지활동(PKO)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일본은 현재 각종 분쟁지역에 적극적으로 자위대를 파견하고 있으나 엄격한 규제조항을 내세워 보조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 밖에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서가 ‘외청’인 곳은 일본밖에 없다는 논리다. 방위성으로 승격되면 예산과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이들 논의는 모두 전쟁과 자위대에 관한 것이다. 현재 일본이 지향하고 있는 국가상이 어떤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전쟁을 할 수도 있는 나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