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14일 새벽 탱크 20여대와 불도저 등을 동원해 헬기의 엄호 속에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예닌 도심에까지 진입해 시 경찰본부와 시장 사무실에 포격을 가했다.
탱크들은 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정예부대인 ‘포스 17’의 진지 두 곳을 파괴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팔레스타인 보안군 등 4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폭력 사태가 재개된 이후 여러 차례 팔레스타인 지역에 진입해 공격을 가했으나 인구 밀집 대도시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이 12일 하이파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의 공범들이 예닌 출신인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연립내각의 대표적 온건파로 꼽히는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13일 교착상태에 빠진 평화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아라파트 수반을 포함해 어떤 팔레스타인 인사들과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 소식통은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총리가 강공책만으로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으며 페레스 장관이 이끄는 노동당 온건파의 연립정권 탈퇴 우려가 있어 페레스 장관에게 협상을 허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페레스 장관은 이날 한 사우디아라비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비공식 정부기관 건물인 동예루살렘의 ‘오리엔트 하우스’를 점령한 것은 테러 종식을 촉구하려는 목적이었으며 곧 건물을 반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등지에서 이스라엘의 오리엔트 하우스 강점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벌였으며 레바논의 베이루트 등지에서도 6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오리엔트 하우스 점령과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테러를 동시에 비난했으며 유엔과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대해 즉각 평화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옷 아하로놋은 최근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전협상에 대한 찬성이 44%, 반대가 54%였으며 반대 의견 중 17%는 테러에 대해 무력공격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