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 세계 주요국 반응

  • 입력 2001년 8월 14일 18시 25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야스쿠니신사참배에 대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가 일본과 두 이웃, 한국 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 등에서는 참배에 항의하는 시위도 있었다. 》

▼"정의에 도전…양국관계 악영향 미칠것"▼

▽중국〓중국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항의 성명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인근 나라들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데 대해 강렬히 분개하며 엄중히 꾸짖는다”고 밝혔다. 전인대는 “참배일이 8월15일인가 아닌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일본은 과연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인민일보와 베이징(北京)청년보 등 중국 신문들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비난하는 사설을 곁들여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정의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중-일관계에 엄중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인민들을 고이즈미 총리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했는데 도대체 어떤 신에게 참배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참배 찬반론자 모두 실망…과거상처 재발"▼

▽미국〓뉴욕타임스지는 14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는 그에게 승리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그는 15일을 피함으로써 참배 지지자들을 실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참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의 상처를 다시 열었다”며 “그는 중국과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15일을 피해서 전격적으로 참배했으나 양국은 이같은 제스처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포스트는 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로 인해 일본과 인근 국가의 관계가 불편해져서 일본 정부가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논평하거나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 것도 논평할 것이 없다”며 “우리는 전에도 그에 관해선 논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히틀러에게 경의 표한 격"▼

▽유럽〓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혔던 네덜란드인들이 결성한 네덜란드의 단체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유럽 지도자가 전쟁의 주범인 아돌프 히틀러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나 마찬가지 행위”라고 비난했다.

독일의 ZDF방송은 “아시아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중국 등에서 침략자였던 일본에 대한 비판이 다시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기타〓중국 노동자 한 명이 14일 베이징(北京)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단독 피켓 시위를 벌였다. 33세의 이 노동자는 “나는 중국의 보통 시민으로서 우리의 분노와 모욕감을 표출할 더욱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갔던 필리핀 여성 30여명도 이날 마닐라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중국의 ‘레드 해커스 얼라이언스(RHA)’라는 해커 조직은 이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해 일본 기업 등의 웹사이트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성명을 통해 13일 대책회의를 갖고 “일본의 새 정부에 대한 젊은 네티즌들의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본 기업과 연구소들을 해킹 공격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자제했어야" "현명한 선택" 日언론 제각각▼

▽일본〓주요 신문은 14일자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다뤘으나 논조는 제각각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것이 숙고의 결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담화 내용처럼 아시아 이웃 나라에 대해 회한과 반성의 뜻이 있었다면 이웃 나라의 불신을 부르는 참배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참배하는 자신의 기분만 강조했을 뿐 이웃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배를 주장해온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하나 고이즈미 총리가 8월15일 참배 약속을 어겨 실망했다”며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목소리를 더 높여 요구를 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참배 논리를 지지해온 요미우리신문도 “한국과 중국의 반발, 구미의 비판적인 분위기 등 현재의 어려운 국제 정세와 총리가 말하는 ‘폭넓은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8월15일을 피한 것은 현명한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근린 제국과 어떻게 우호관계를 구축할 것인가가 총리에게 안겨진 무거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도쿄·베이징·워싱턴〓심규선·이종환·한기흥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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