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의 강경 보수기조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여성 각료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게일 노턴 내무장관, 크리스틴 휘트먼 환경보호청장 등 ‘3인방’이 꼽히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부시 행정부 내에서 미사일방어(MD) 계획 추진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폐기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 그는 지난달 ‘신임 행정부의 국무장관이 처음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미국의 외교관례를 깨고 먼저 모스크바로 날아가 미국의 ABM 협정 탈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아직 MD 계획에 대해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 외교안보팀 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입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라이스 보좌관과 협상을 벌이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
산림과 에너지 개발 정책을 총괄하는 노턴 내무장관은 최근 핵심 참모진에 기업 로비스트 출신 인사들을 대거 임명하면서 기업측을 옹호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며 환경단체들과 마찰을 빚어온 노턴 장관은 최근 산림 개발을 위해 멸종생물보호법의 개정을 시사하는가 하면 국립공원 내 차량통행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자유시장 경제정책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하는 인물로 노턴 장관을 꼽고 있다.
휘트먼 청장 역시 부시 행정부의 정책 중 최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탈퇴를 주도하면서 강경 보수노선을 이끌고 있다. 2000년 여성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공화당 내 입지가 탄탄한 휘트먼 청장은 정식 장관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료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부시 대통령의 남다른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교토의정서 탈퇴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체 유해성분인 비소의 식수 함유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환경론자들과 다시 한번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