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제 불황 아시아-유럽 '몸살'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43분


《세계 경제가 맥을 못추고 있다. 최강 미국 경제는 작년 말부터 침체 양상이다. 미국 대신 성장기관차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독일 경제도 제로성장 수준. 유럽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여서 침체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 들어가 있고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은 예상치를 밑도는 성장률과 경기하락 조짐에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잘하면 2% 성장할 전망인데 이는 82, 91년 세계적 슬럼프 때보다 약간 높은 수준. 전문가들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장세가 급락하는 세계 동반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의존형의 아시아 경제가 급격한 침체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총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이 좀처럼 경기둔화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달러화 약세는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발(發) 경기둔화의 피해가 나타난 곳은 싱가포르.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4분기(1∼3월) 11.3% 하락한 데 이어 2·4분기(4∼6월)에도 10.7% 떨어지는 등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공식적인 침체에 빠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3·4분기(7∼9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당초 3.5∼5.5% 수준으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1.5%로 낮췄다.

대만도 수출 감소와 국내 소비침체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2.35% 하락, 1975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만 역시 당초 4.02%로 예상했던 올 성장률을 -0.37%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0일 대만의 심각한 경기 침체를 고려, 대만 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당초 2.5∼4.0% 정도로 잡았던 올 경제성장률을 2.0% 이하로 수정 전망하는 등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의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하락에 시달리는 것은 전통적으로 성장의 엔진으로 삼아왔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아시아 국가들의 6월 중 수출은 작년 6월에 비해 대만이 -17%,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도 -8∼-14%의 감소세였다.

이 같은 수출 부진은 산업생산 위축→기업 수익성 악화→실업 증가→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아시아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에서는 2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이 아시아 경제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댕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유럽▼

“노동하지 않는 자에 대해 정부는 공공지원 등 모든 혜택을 중단할 것이다.”

독일 집권 사민당(SPD) 부총재인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실업수당 감소 등을 경고하며 실업자에 대해 환경보호와 양로원 간병 등 공공근로에 나서줄 것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전통적 복지국가인 독일에서 과거 같으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을 이번 발언이 야당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정도다. 이는 지난해 3.1%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서유럽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독일 경제가 최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독일 연방중앙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경제성장률(GDP)이 올 1·4분기(1∼3월)와 2·4분기(4∼6월) 연속 1%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성장률 제로시대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7월 현재 379만명(9.2%)을 기록한 실업자 수도 현재와 같은 침체국면이 지속될 경우 내년 초 4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유럽의 경제강국 독일이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유럽 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의 실업률을 보였던 프랑스도 최근 실업률이 11%로 치솟으면서 경제에 주름살이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불황의 그림자가 대서양을 넘으면서 서유럽의 기업투자 및 소비자 심리의 위축, 산업생산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원유가 인상에 광우병 및 구제역 파동까지 겹쳐 그동안 유럽 호황의 상징이던 영국의 제조업 생산이 올 들어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사용 국가의 산업생산도 올 1·4분기 0.3%에 이어 2·4분기에도 0.9%가 각각 감소하는 등 2분기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9%로 예상됐던 유로화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미국 경제와 맞물려 유럽 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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