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마루 판결의미]日정부 배상책임 제한적 인정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5분


법원으로 가는 희생자 유가족
법원으로 가는 희생자 유가족
23일 일본 교토(京都)지법이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 사건의 1심재판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은 한국인이 일본에서 제기한 전후배상소송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일본의 전후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소송에서 원고측은 “우키시마마루호가 구 일본 해군이 징발한 상선이고 강제징용자를 귀국시키는 ‘국가업무’를 수행중이었으므로 사고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자들을 부산항까지 안전하게 수송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면서 일본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피고인 일본정부가 “미군이 설치한 기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으며 불가항력이었다”고 책임을 피하려하자 재판부는 “기뢰 때문에 위험했다면 출항을 보류하거나 출발했던 항구로 되돌아갔어야 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일본정부의 배상책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15명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한 300만엔씩은 ‘사고현장에서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모든 배상의무는 1965년 한일기본협약으로 소멸됐으므로 일본 정부가 개인에게 배상할 의무는 없으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할 필요도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요구하는지 불분명하다”면서 원고측의 사죄요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일본 정부가 개인배상을 위한 입법활동을 게을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입법활동은 국회의 재량권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판단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전후배상소송을 맡았던 모든 재판부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이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유골반환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1월 일본정부는 도쿄(東京)의 한 신사에 보관돼 있는 이 사건 희생자 13명의 유골을 법원판결이 아니라 ‘인락(認諾)’이라는 행정절차를 통해 유족들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공식사과를 하지 않으면 인수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 같은 다툼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가 보관하고 있는 유골이 한국인 희생자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 심판할 대상이 아니라면서 청구를 기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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