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대표적 '일본통' 버클리대 펨펠 교수, 日총리 비판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25분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신사참배는 형편없는(terrible) 실수였다.”

미국 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의 T J 펨펠 교수(58·정치학). 한국정치학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23일 ‘조심스럽게’ 일본 내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기자가 놀랄 만큼 강한 톤으로 일본의 우익세력을 비판했다. -일본 총리가 어떤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가?

“최우선 정책목표는 장기불황 탈출이다. 이번 신사 참배는 경제개혁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무마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등 인접국과 외교분쟁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나쁜 맞거래(bad trade-off)로 기록될 것 같다.”

-이미 한국 내에서 반일감정이 거세지고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라는 한일 두 나라간 화합행사의 의미가 퇴색할 위기를 맞았다. 전날 정치학회 초청 만찬에서 일본측 참가자들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정몽준 국제축구협회(FIFA) 부회장이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일 도쿄 교토대에서의 연구를 포함, 30여년 동안 일본을 연구해온 펨펠 교수는 내년 1월부터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을 맡을 예정. 1978년 설립된 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는 미 정부 지원을 받는 14개 동아시아 지역연구소 중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와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력 예산 등을 보면 한국학 연구의 열기가 일본 중국에 비해 시들한 것 같다.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이 중국어나 일본어만 못한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수한 한국유학생들이 박사학위 취득 후 너도나도 귀국해버리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정부가 돈을 대겠다고 해도 마땅한 한국사 교수를 찾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재정지원이나 후원도 중국보다 뒤진다.”

-인문사회과학의 연구대상으로서 한국의 ‘쓰임새’가 줄어든다는 얘기인가.

“식민지배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 민주화 이행과정, 분단현실 등 한국의 독특한 경험들은 큰 이슈에 강한 미국학자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소재다. 다만 중국이나 일본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은 대만의 사례와 좋은 대비가 된다고 생각해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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