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마을도 생겼다.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상차이(上蔡)현 원러우(文樓)촌은 인구 3000명의 가난한 농촌마을인데 99년 42명, 지난해에는 44명이 에이즈로 사망했다.
중국 당국은 이 사실을 쉬쉬해왔으나 인민일보가 3월 이 마을 르포기사를 크게 게재하면서 이 마을이 중국 에이즈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1년 만에 에이즈로 아들과 며느리를 모두 잃어버린 73세의 이씨 할머니가 열두살짜리 손자와 열살짜리 손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라며 울먹였다는 기사였다.
올 봄 주민 1645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선 19%에 이르는 318명의 보균자가 나왔다. 집단적인 에이즈 감염은 비위생적인 매혈(賣血) 때문. 90년대 중후반 가난한 이 마을에 매혈 바람이 불어 무려 1500명이 피를 팔았고 에이즈에 오염된 주사바늘은 한 마을을 송두리째 ‘죽음의 마을’로 바꿔놓았다.
당시 매혈 선풍이 북쪽과 서쪽으로 더 번졌기 때문에 에이즈 마을이 여기저기 더 생겼을 것으로 중국 언론은 추측하고 있다.
정부 통계로는 85년 중국 내 첫 감염자가 발견된 후 올 6월말까지 확인된 감염자는 2만6085명. 심각한 것은 확산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점이다. 상하이(上海)에서는 87년 첫 보균자가 나온 이래 지난해 말까지 모두 393명이 공식 확인됐다. 중국 서부 신장(新疆)에서는 95년 첫 감염사례가 발견된 이래 5년 사이에 5455명이 감염됐다.
마약 범람과 성개방 풍조도 에이즈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인다쿠이(殷大奎) 중국 위생부 부부장 23일 기자회견에서 마약 정맥주사를 통한 감염은 윈난(雲南) 신장 광시(廣西) 광둥(廣東) 쓰촨(四川)성 등이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발견된 에이즈 감염사례의 66%는 불건전한 성행위 때문이라고 시측은 밝혔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