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LA타임스에 따르면 MS로부터 일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위한 미국인들(ATL)’이라는 단체는 지난달부터 반독점소송 원고측인 18개 주정부의 법무장관들에게 법정 밖 화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탄원서를 보내 왔다. 그러나 이 탄원서는 ATL측이 일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시민들에게 서명의 대가로 일인당 25∼75달러의 사례금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ATL은 탄원서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개인용 편지지를 사용했으며 컴퓨터 대신 손으로 직접 내용을 썼다는 것.
ATL은 설문조사를 위장해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MS에 우호적으로 답한 사람들에게 미리 작성된 탄원서를 보내 서명하게 한 뒤 각 주의 법무장관에게 발송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 조작 사실은 주 법무장관들이 수백통의 탄원서 속에 비슷한 문구들이 자주 등장하며 작성자가 이미 사망한 사람이거나 발신지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돼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ATL은 1999년 최대 MS 로비단체인 경쟁기술협회(ACT)로부터 분사된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ATL이 어느 정도의 탄원서를 발송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타와 미네소타 등 반독점 소송에 적극적이었던 주 법무장관들은 각각 400통 이상의 탄원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ATL측은 처음엔 탄원서 조작 사실을 부인했으나 나중에 “우리가 편지를 쓰고 시민들에게 보내 서명을 받는 것은 꽤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조작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MS는 ATL의 탄원서 조작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아메리카온라인(AOL) 등 일부 첨단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MS 반대 로비를 전개해 왔다”면서 “MS를 지지하는 단체가 그 같은 반(反) MS 로비에 대항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