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여성 대통령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아시아의 ‘여성 파워’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반다라나이케 쿠마라퉁가 대통령도 여성이어서 아시아에는 현직 여성 대통령이 3명이나 된다.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도 여성 최고 지도자였다. 정상은 아니지만 일본의 외교 총수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도 여성이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와 헬렌 클라크 현 뉴질랜드 총리,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등 다른 지역에도 여성 최고 지도자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보단 그 수가 훨씬 적다.
북미나 유럽 지역에 비해 여권(女權)이 상대적으로 덜 신장됐고 여성의 정치 사회적 참여도도 떨어지는 아시아에 이처럼 ‘걸출한’ 여성 지도자가 많은 건 무엇 때문일까.
아시아 여성 지도자들의 출신을 따져보면 일말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떠오른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다. 또 필리핀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 역시 국민의 인기가 높았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이다.
대통령제로 개헌한 뒤 1994년 취임한 스리랑카의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부모가 모두 내각 수반인 총리를 지냈다. 아버지는 솔로몬 전 총리이고 어머니인 시리마보 반다나이케 전 총리는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로 스리랑카를 40년간이나 통치했다.
인도의 간디 전 총리는 초대 총리를 지낸 판디트 자와하를랄 네루의 딸이고 파키스탄의 부토 전 총리는 부친이 대통령을 지냈다.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은 암살 당한 야당 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의 부인이자 손꼽히는 명문가의 딸.
수지여사의 부친도 미얀마 독립투쟁의 영웅이다. 일본 다나카 외상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외동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외국어대 차상호(車相浩·동남아정치) 교수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실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경우 소수의 명문 가문이 대를 이어 정권을 잡고 있으며 개인의 능력보다는 배경이 중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