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의 잇단 실수와 소극적인 개입으로 국제적인 ‘따돌림’에 직면한 미국의 틈새를 독일이 빠른 속도로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LA타임스는 지난달 30일 ‘20세기 유럽의 최대 위협국에서 미래 중재자로 떠오른 독일’이란 제목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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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지난달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만나 ‘베를린 평화회담’을 이끌어낸 것을 예로 들면서 “이는 그동안 세계의 중재자로 자부해온 미국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외교적 패권주의를 지향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은 전방위 중재외교로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이 개입을 회피하려는 중동문제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는가 하면 미국이 ‘불량국가(rogue states)’로 지목한 북한 리비아 쿠바 등에도 관심을 갖고 접촉하고 있다.
3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외교고문인 미카엘 슈타이너가 리비아를 방문해 무하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게 대미관계 개선을 촉구했으며 6월엔 베르너 뮐러 경제장관이 쿠바를 방문,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독일은 북한과도 3월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쇠고기 지원을 약속하는 대북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A타임스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예로 들면서 “직접적인 문제 제기로 관계 악화를 초래하는 미국과 달리 독일은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설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서 외교적인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의 이런 움직임이 자생력에 바탕을 둔 독자적인 외교노선이라기보다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실책에 편승한 일시적인 반사작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