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여객기로부터 회수된 블랙박스는 2개다. 미 국방부 건물(펜타곤)에 떨어진 아메리칸항공(AA) 11편과 피츠버그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UA) 93편에서 나온 것들이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이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도움 아래 이 블랙박스들에 대한 해독작업을 진행중이다.
블랙박스는 항공기에 탑재되는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두 개를 통칭한다. CVR에는 30분 이상의 조종실내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고 FDR는 비행 속도와 고도 및 사고당시 비행시스템 작동 상태가 기록돼 있다.
AA11편의 CVR와 FDR는 14일 함께 발견됐고 UA93편의 FDR가 14일 오전 발견됐고 CVR도 밤늦게 8m 깊이의 웅덩이에서 회수됐다.
수사 진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CVR. 조종사들과 테러범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통해 테러범들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기내에서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AA11편의 CVR는 심하게 파손돼 유용한 정보를 끌어낼 수 없게 됐다. 승객들이 테러범에게 대항해 일부러 추락시켰을지도 모른다는 UA93편의 CVR 분석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이것 역시 1차 분석 결과 별 성과를 얻지 못해 제조업체로 정밀분석이 의뢰된 상태다.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받고 추락한 AA11편과 UA175편의 블랙박스는 사고당시 워낙 충격이 커서 제대로 보존됐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또 사고현장의 잔해 더미 때문에 발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