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신’을 언급하고 ‘국제적 연합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일각에서는 전투병력 파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칙적인 입장 표명”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관계자는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지원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종합검토 결과 나온 것”이라며 “상호방위조약 ‘정신’이란 표현을 쓴 것은 물적 지원보다는 정신적 도덕적으로 미국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걸프전 당시 한국군 파병일지■
90. 8.2 |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유엔안보리, 침략 비난 철수 결의 |
9.7 | 미 대통령특사, 노태우 대통령에 3억5000만달러 지원 요청 |
9.20 | 정부, 중동사태 종합지원방안 마련 |
10.27 | 정부, 현지조사단 파견 |
91. 1.15 | 정부, 사우디아라비아측과 협정서 체결 |
1.17 | 다국적군, 이라크 공습시작(‘사막의 폭풍’ 작전 개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열어 파견 결의 |
1.21 | 한국군 의료지원단 파견안 국회 통과 |
1.23 | 국군의료지원단 출국 |
1.26 | 체니 미국 국방장관, 추가지원 희망 |
2.1 | 공군수송단 파병 국무회의 의결 |
2.7 | 공군수송단 파병안 국회 통과 |
2.19 | 공군수송단 출국 |
3.3 | 유엔안보리, 걸프전 종전 결의안 통과 |
4.10 | 국군의료지원단 공군수송단 귀국 |
‘국제적 연합 참여’에 대해서도 “미국이 반(反)테러리즘에 대한 일반적 대응 조치로 그런 용어(International Coalition)를 사용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를 다국적군 동참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991년 걸프전 때와 달리 미측의 공식 지원요청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폭적인 지원 및 참여를 약속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지원 및 참여수준이 걸프전 때를 상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과거 미국에 비우호적이던 국가들마저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터에 동맹국으로서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
우리 군의 지원 및 참여수준은 미측과의 협의와 향후 전개될 전쟁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부는 일단 걸프전 당시의 지원수준(의료지원단 공군수송단 파견 등 총 5억달러 상당의 현금 수송 군수물자)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전사 등 전투부대의 파병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투부대의 다국적군 합류, 즉 참전(參戰)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회 동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테러 피해국인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에 대해 신중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섣부른 전투병력의 파병은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최악의 경우 한국도 테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이날 김대통령의 대미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기에 앞서 여야 3당에 사전 통보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희·부형권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