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시다발 테러사건 이후 국제 자금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각국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엔화 거래가 위축되는 반면 스위스프랑이 급등하고 있으며 자본시장에서는 단기채권의 인기가 급등하고 있다. 모두 투자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움직임이다.
최근 일본은행 집계에 따르면 도쿄외환시장에서는 테러 직후인 12일부터 달러와 엔 거래총액이 하루평균 72억달러에 그쳐 테러 이전(91억달러)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17, 19일을 제외할 경우에는 하루평균 51억달러에 불과해 과거의 절반 수준.
반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런던 등 유럽의 외환시장에서는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알려진 스위스프랑이 달러당 1.57프랑으로 1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통화급등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했을 정도다.
또 안정적 투자대상인 단기국채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미국의 2년짜리 국채 이자가 한때 연 2.8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가 하면 독일의 2년짜리 연방채권 이자도 1주일 만에 0.1%포인트가 하락했다.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산출하는 ‘리스크선호도 지수’도 최근 -0.5로 떨어져 투자가들이 리스크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투자가들이 리스크를 선호하는 상태를 1, 안정성을 우선하는 상태를 -1로 정하고 투자경향을 산출하는 것.
이 같은 안정성 선호경향으로 인해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올해 신흥시장 국가 및 지역에 대한 민간투자는 106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