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들 내부세력이 오사마 빈 라덴과 모하마드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핵심 인물의 소재 및 공격 목표지점에 대한 정보는 물론 작전 기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직접 전투에 가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을 우군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번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또는 이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는 탈레반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착안점. 전쟁 후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되찾지 못할 경우 다시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미국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아프가니스탄의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미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력은 이미 미국에 지원을 약속한 ‘북부동맹’이 대표적.
또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다수 종족인 파슈툰족도 미국의 공작대상이다. 탈레반 핵심 지도자들이 대부분 파슈툰족 출신이며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전 국왕 모하마드 자히르 샤도 파슈툰족. 특히 올해 86세인 자히르 전 국왕은 다양한 세력의 집합체인 아프가니스탄의 반(反)탈레반 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부동맹이 24일 로마로 대표단을 파견해 자히르 국왕의 귀국을 권유한 것도 이 때문.
뿐만 아니라 탈레반 정권 내부의 반대 세력을 이용하려는 시도도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4일 “탈레반 내부의 분열을 일으키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내 반 탈레반 세력의 갈래가 워낙 복잡다단해 미국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