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국제법상 유일한 합법정부

  • 입력 2001년 9월 26일 00시 14분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10% 만을 차지한 채 탈레반 정권과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북부동맹은 반군 취급을 당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합법 정부다.

북부동맹을 대표하는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통령은 유엔이 아프가니스탄의 대표로 인정하고 있다. 북부동맹측이 탈레반 세력에 의해 수도 카불에서 밀려난 것은 1996년. 소련군 퇴각 이후 벌어진 내전 상황에서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일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탈레반이 북진을 거듭해 수도마저 함락시킨 것.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민족인 파슈툰족. 반면 북부동맹은 다양한 민족이 연합한 형태다. 핵심 부대는 타지크계와 우즈베크계로 구성된 1만5000여명의 병력.

이들은 구 소련군과의 전투에서 빼앗거나 구 소련군이 퇴각할 때 두고 간 탱크와 장갑차 60∼70대, 미그21 전투기 18대와 수호이22 전투기 12대를 보유하고 있다. 카불 북부 쇼말리 평야 등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탈레반 세력의 북진을 저지하고 있다. 수도 카불에서 불과 수십㎞ 떨어진 곳에서 탈레반과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이란으로부터 자금을, 러시아로부터는 무기를 지원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부동맹군 사령관으로 각 파벌의 고른 지지와 존경을 받았던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은 지난주 아랍계 TV 방송기자를 가장한 자살폭탄 테러범에 의해 살해됐다. 뛰어난 전략가로 파벌간 알력을 조정해온 그가 피살된 뒤 북부동맹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보도가 있다. 북부동맹 내 주요 파벌로는 마수드 장군의 후계자로 모하메드 파힘칸 장군이 이끄는 타지크계 부대인 ‘자미아티 이슬라미’과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이 이끄는 우즈베크계 부대인 ‘준비시 밀리 이슬라미’, 카림 칼리리 등이 이끄는 하자라시아 계열 부대인 ‘히즈비 와다트’ 등이 있다. 북부동맹은 탈레반에 밀려날 당시 민중의 지지를 그다지 받지 못해 설사 탈레반 정권이 전복되더라도 재집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부동맹은 24일 외무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탈리아에 망명 중인 모하마드 자히르 샤(국왕)에게 보냈다. 수도 탈환의 꿈에 부푼 북부동맹의 최고지도자역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 동맹 내 파벌간 알력을 봉합해 탈레반 정권 붕괴시 재집권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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