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이날 강경파 유대 민족주의자인 아리엘 샤론 당시 리쿠드당 당수(현 총리)가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을 경찰 경호 아래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유혈분쟁이 촉발됐다.
그동안 간간이 평화의 싹이 엿보이기도 했으나 허구한 날 무력충돌과 자살폭탄테러 등 유혈사태가 빚어지는 바람에 양측은 1년 내내 불안 속에서 보냈다. 미국 등의 중재로 양측간에 4번의 휴전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의 분쟁으로 숨진 사람은 이스라엘인 169명, 팔레스타인인 633명, 외국인 23명 등 모두 825명. 이 중엔 어린이와 부녀자 등 무고한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 그간 이스라엘측이 봉쇄해온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가로지르는 행진과 희생자 추모행사 등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기념행사는 이스라엘측과의 충돌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날 행사도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 연결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텔 아비브, 나하리야 등의 시내에 병력들을 배치하고 경계태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스라엘 국민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하루에 1만여개에 달하는 방독면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6일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갖고 휴전감시공동위원회 설치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27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의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군 간의 교전이 벌어져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지는 사태가 빚어져 이번 합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런 교전과 긴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양측간의 합의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에 분쟁 종식을 위한 미첼보고서 제안을 이행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영국 등 국제사회도 이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