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히르 샤 前국왕 옹립 왕정복귀 추진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9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세력 탈레반을 대체할 인물로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국왕(86)이 떠오르고 있다.

탈레반에 맞서온 북부동맹은 비록 유엔회원 자격을 갖고는 있지만 아프가니스탄 내 지지 기반이 약한 까닭에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전 국왕과 손을 잡고 정권을 인수할 채비를 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28일 탈레반 붕괴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 단계로 자히르 샤 전 국왕 관할 하에 최고평의회와 군사평의회를 각각 창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부동맹 대표단은 이날 자히르 샤 전 국왕이 망명 중인 로마에서 북부동맹 내 각 무장 조직 대표와 부족 대표, 국왕 측근 등과 합동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잘마이 라술 전 국왕 대변인은 “최고평의회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모든 영향력 있는 대표로 구성할 것이며 산하 기구인 군사평의회는 각 조직의 지휘관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소련군 철수 이후 내전이 이어지자 자히르 샤 전 국왕은 과거 수차례 내전을 종식하기 위한 최고평의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지만 각 무장 집단은 이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 응징 보복전쟁이 가시화되자 상징적인 존재로 전 국왕을 옹립할 필요성을 느껴 이 기구 구성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자히르 샤 전 국왕은 1973년 해외여행 중 공산주의자인 사촌 모하메드 다우드의 쿠데타로 망명생활에 들어갔으며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살고 있다. 그는 1964년 의회제도 인정, 언론자유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을 도입하는 등 개혁을 시도했다. 30년 가까운 내전에 지친 국민 사이에는 자히르 국왕시절에 대한 향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부동맹 지역에 피신한 난민들은 “자히르 샤 전 국왕은 아버지 같은 존재”라면서 “그의 귀환 소식은 이미 탈레반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주민 사이에도 반 탈레반 움직임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 국왕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는 북부동맹은 현재 전 국왕을 중심으로 반 탈레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바루사라지(아프가니스탄북부동맹지역)〓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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