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카불 독자진격 태세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9시 02분


미국이 7일 공습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2일 하루동안 공습을 중단했다가 13일 재개했다. 이는 12일이 이슬람 공휴일인 금요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날에는 모든 업무를 쉬고 사원을 찾아 기도하는 이슬람의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공습을 계속했다가는 그렇지 않아도 ‘지하드(성전)’를 외치고 있는 이슬람권 국가의 반미 확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된다.

미국과 영국군의 잇단 대규모 공습으로 탈레반의 전투력에 커다란 손실이 생기면서 탈레반과 내전을 벌여온 북부동맹측은 부쩍 기세를 올리고 있다.

북부동맹측은 특히 아프가니스탄 중부 요충지인 차그차란을 함락하는데 성공했다. 북부동맹측은 또 북부 쿤두즈 부근에서 탈레반군 지휘관 40명과 병사 1200명이 투항해왔다고 밝혔다. 전과를 과장하는 까닭에 북부동맹측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탈레반이 점차 수세에 몰리고 있음은 짐작할 수 있다.

북부동맹군은 이에 따라 며칠 안에 수도 카불을 공격하는 한편 전 전선에서 공세를 펼 태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영국 파키스탄 등이 이런 행동을 제지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일부 북부동맹군 지도자는 “더 이상 카불 공격을 자제할 수 없다”고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공격계획과 별도로 모든 전선에서 탈레반에 대해 며칠 안에 동시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카불 북쪽 카피사주의 주지사인 파젤 아흐마드 아지미 장군이 “일주일 후 지상 작전이 벌어지며 수도 카불은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군과 영국군은 탈레반 세력이 축출되는 것은 반기지만 북부동맹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것은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한다. 북부동맹과 사이가 나쁜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다. 주요 공습 대상에서 카불 북쪽의 평원에 배치돼 북부동맹 주력과 대치중인 탈레반군을 제외하고 있는 것도 이곳의 탈레반 전투력이 무력화되면 북부동맹이 즉시 수도 카불로 무혈입성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프가니스탄의 차기 집권 구도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북부동맹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 아프가니스탄이 90년대 초 혼란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북부동맹세력의 주력인 무자헤딘 동맹군은 9년전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카불에 입성했으나 곧 내분에 빠졌고 탈레반의 승리로 끝나기 전까지 무려 5만여명이나 희생됐다. 북부동맹은 더욱이 아프가니스탄내 최대 민족인 파슈툰에 기반을 두지 않고 타지키스탄계와 우즈베키스탄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12일 BBC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3주 뒤 겨울철로 접어드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겨울철에 지상군 작전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의 가디언 등 대부분의 일간지는 이 발언을 지상군 투입이 내년 봄에나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헌주기자·런던외신종합연합>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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