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균테러’ 심장부 강타…우체국직원 2명 탄저증세 사망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9시 02분


감염 검사
감염 검사
미국 워싱턴에서 우체국 직원 2명이 21, 22일(현지시간) 탄저병으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잇따라 숨지자 ‘탄저균 공포’가 미국의 심장부를 엄습하고 있다.

또 23일부터 의정활동이 재개되는 의사당 건물에 대한 보건당국의 1차 조사 결과 상원 회의실 세 곳에서 탄저균 감염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워싱턴의 브렌트우드 중앙우체국 직원이 의심스러운 증세로 숨졌다”며 “사인은 호흡기 탄저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우체국 직원 조지프 커신(47)은 22일 오전 감기와 비슷한 증세로 남부 메릴랜드 병원을 찾았다가 6시간만에 사망했다.

같은 우체국의 토머스 모리스 주니어(55)는 21일 워싱턴의 그레이터 사우스이스트 커뮤니티병원에서 탄저균 감염 증세를 보이다 15시간만에 숨졌다.

이들의 사인이 호흡기 탄저병으로 확인되면 미국에서 탄저병으로 숨진 사람은 5일 플로리다주에서 숨진 타블로이드 잡지 ‘더 선’의 사진부장 로버트 스티븐스(63)를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브렌트우드 우체국에선 직원 2명이 추가로 호흡기 탄저병 증세를, 다른 9명은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이고 있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우체국은 15일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에게 배달된 탄저균 우편물을 취급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역당국은 22일 이 우체국 직원 등 2150명을 상대로 탄저균 감염 여부를 가리는 역학검사를 긴급 실시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우체국의 우편물이 배송되는 36개 지역 우체국의 직원 2000여명에 대해서도 탄저균 항생제를 처방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워싱턴 중심부에선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았다.

한편 브렌트우드 우체국 직원들은 동료 2명이 숨진 것은 당국의 안이한 대응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상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불사해야 한다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처음 탄저균 감염 징후가 나타났을 때 존 포터 우정국장이 직원들에게 “우편물에 든 탄저균은 포장이 철저하게 돼 있기 때문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탄저균 검사를 받지 않도록 했기 때문.

의회와 우체국에서 탄저균 감염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졸지에 탄저병의 중심지가 된 워싱턴의 주민들은 우편물 개봉을 꺼리거나 아예 살균을 하고 우편물을 열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전자레인지 등으로 우편물을 섣불리 고온살균하려 할 경우 오히려 탄저균 포자가 확산되기 쉽다며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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