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지켜보던 젊은 한국인이 있었다. 1960년대에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지은 세계적인 설계 회사인 미국 미노루 야마사키 어소시에이츠(MYA)의 홍태선(洪泰宣·37) 파트너 겸 수석부사장.
“회사의 대표작품이었던 건물이 끔찍한 테러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훨씬 더 훌륭한 빌딩을 짓는 것이 테러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 수석부사장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너무 높아 삭막해 보인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간과 효율성을 동시에 배려할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이었다”고 말했다. 건물의 고도를 올리는 대신 나머지 부지를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정원으로 꾸밀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
건물의 강도도 당시 건축 기준보다 훨씬 강하게 지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60년대 주력 항공기종인 보잉 707기가 충돌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설계됐다는 것. 이번 테러에 사용된 767기는 707기보다 덩치가 커서 연료를 많이 싣고 있었고 속도가 훨씬 빨라 충격도 컸다고 그는 전했다.
홍 수석부사장은 “현재 건축주와 재건축 문제를 협의중이며 우리 회사가 다시 건물의 설계를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붕괴현장의 정리가 끝나지 않아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 높고 아름다우며 ‘똑똑한’ 빌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에 건너간 그는 당초 의대에 진학했다가 진로를 바꿔 하버드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의대 재학중에는 미술과 피아노를 부전공했을 정도로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
홍 수석부사장은 1993년 MYA사에 입사했으며 2000년 1월에는 국내 법인을 설립, 대표를 겸하며 한국과 미국을 왕래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리첸시아, 잠실 아크로빌, 경기 분당 파크뷰와 판테온, 일산 쉐르빌 등 고급 아파트와 경기도청, 문화방송 일산 스튜디오 등이 MYA사 국내 법인의 작품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