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군 비인도적 집속탄 사용"

  • 입력 2001년 10월 26일 00시 45분


미국이 24일부터 25일 오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과 헤라트 등지에서 집속탄(集束彈)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유엔과 탈레반측이 25일 밝혔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수백여개의 자(子)폭탄으로 분산 투하돼 축구장보다 넓은 면적을 타격하는 위력적인 폭탄이다.

스테파니 벙커 유엔 대변인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집속탄 공격으로 헤라트에서 민간인 8명이 즉사하고 1명은 자폭탄을 만지다 터지는 바람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통신인 바크타르는 미군기들이 이날 밤 카불 북부 등에 공습 중 발사한 집속탄 중 상당수가 터지지 않았다고 25일 전했다. 유엔 산하 지뢰제거기관인 마인액션프로그램은 24일 집속탄 사용 중지를 요청하면서 불발탄 제거를 위해 미국에 정보를 요구했으나 탈레반 대변인인 압둘 하난 헤마트는 유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5일에도 집속탄을 쏘았다고 전했다.

인명 살상과 장갑차 공격용인 집속탄은 진흙 땅에 떨어지면 터지지 않고 지뢰로 돌변하는 폭탄으로 근래에는 코소보 내전 당시 미군과 영국군이 다량 투하했으며 월남전과 포클랜드 전쟁, 걸프전에서도 사용됐었다.

미국이 코소보에 투하했던 집속탄은 무게 453㎏으로 목표 상공에서 202발의 자폭탄으로 분리되며 이들 자폭탄은 300개의 파편을 만들어낸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지난해 9월 미국과 영국이 코소보에 투하한 집속탄 3만발이 전쟁 1년 후에도 불발탄으로 남아 15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등 무고한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면서 집속탄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자폭탄은 주먹만한 크기에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하얀색 우산 모양의 조형물이 부착돼 있어 불발돼 지상에 남아있을 경우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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