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 폭격’ 논란… “민간인 살상” 중단요구 거세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16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에 살상력이 강한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사용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속탄은 목표 상공에서 시한장치로 폭발시키면 그 속에 든 202개의 자(子)폭탄이 터져나와 축구장보다 넓은 지역을 타격하는 가공할 폭탄이다. 땅에 떨어진 뒤 폭발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뢰처럼 기능해 어린이 등 무고한 인명피해가 뒤따른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5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집속탄을 사용했다”며 “B52 폭격기에서 집속탄을 투하해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앞으로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테파니 벙커 유엔 대변인은 24일 “미군기들이 22일 밤 헤라트 지역의 한 마을에 집속탄을 투하해 민간인 9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으며 마을이 폐허가 됐다”며 불발탄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집속탄 투하지점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집속탄 사용중단 촉구〓지뢰제거에 힘쓰고 있는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기념재단은 “광범위한 지역을 타격하는 집속탄은 민간인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준다”며 미국과 영국 정부에 집속탄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또 구호단체인 랜드마인액션(LA)의 리처드 를로이드 이사장은 “불발된 집속탄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은 물론 토지를 경작할 수 없게 돼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프 바이든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 미국이 첨단기술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나라로 인식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집속탄 연혁〓집속탄은 1960년대 베트남전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포클랜드전쟁(82년) 걸프전(91년) 코소보 전쟁(99년) 때도 사용됐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지난해 9월 미국과 영국이 코소보에 투하한 집속탄 3만발이 전쟁 1년 뒤에도 불발탄으로 남아 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무고한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면서 집속탄 사용금지를 촉구한 바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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