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대표적 지성이자 중동문제 전문가인 마흐디 압둘 하디 팔레스타인 국제문제연구소장(57·사진)이 한국중동학회 주최로 열리는 학술대회 참석 차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일간지 알 파지르의 편집국장을 역임한 그는 이날 밤 서울 홀리데이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9·11 미국 테러참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먼저 미국이 오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테러로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자신들의 편에 서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런 성급함과 오만함은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쟁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것.
하디 소장은 또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중동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해 왔으며 구체적인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것이 워싱턴의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테러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빈 라덴은 전설화되고 있으며 그가 죽는 순간부터 그 전설은 ‘역사’가 될 것입니다. 전설과 역사 사이에서 고도의 정치적 게임을 하는 셈이지요. 그는 이슬람의 젊은이들과 팔레스타인, 이슬람교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디 소장은 “팔레스타인에는 직장도 미래도 없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들이 왜 테러리스트가 돼 스스로 자살하기를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