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21.17달러에 마감돼 전날보다 5.0%(1.08달러) 뛰어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4.9%(0.95달러) 오른 배럴당 20.28달러에 장을 마쳤다.
유가 급등은 최근 수주간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던 OPEC가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에 나서기로 최종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리비아가 하루 150만배럴 감산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9·11테러’ 참사 이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석유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위원회(EIA)는 8일 10월 미국의 석유 수요가 전달보다 4.7% 증가한 1990만배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은 8일 “감산 규모는 하루 100만∼150만배럴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감산 시기도 당초 전망됐던 내년 1월이 아닌 겨울철 난방 수요가 많은 올 12월로 앞당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OPEC 감산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공급 확대로 인해 큰 폭의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계은행의 연례 세계경제전망보고서는 재고 증가와 러시아 노르웨이 등 비OPEC 국가들의 증산으로 인해 올해 평균 25달러선을 유지한 국제유가가 내년 21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9·11 미국 테러참사 이후 25% 정도 급락한 국제유가는 6일 배럴당 19.67달러까지 떨어지며 99년 7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한바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