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그동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던 미국의 대유엔 정책에 중대한 변화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국가들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으며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것은 전세계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국제사회가 미국편에 서 줄 것을 촉구한 이른바 ‘부시 독트린’을 거듭 강조하면서 △테러조직에 대한 자금줄 차단 △테러 관련 정보의 공유 △탈레반 정권 몰락 후 과도정부 구성에 유엔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부시의 연설에 대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0일 “미국이 유엔을 포용하기 시작했다”면서 “과거 미국과 유엔의 전략적 이해 충돌을 우려해왔던 공화당 행정부가 유엔의 지지 확보에 이처럼 중요성을 두고 있는 것은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엔 지지 확보 노력은 아프간 전쟁 장기화 조짐과 함께 미군 전폭기에 의한 오폭, 민간인 피해 확대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초기에 굳건하게만 보였던 대테러 국제공조체제가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루스 러셋 예일대 유엔연구소 국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쟁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유엔의 공식적인 지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하다”면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테러리즘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지지를 얻기 위해 돈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동안 유엔 분담금을 내지 않아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은 5일 분담금을 조속히 낸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안에 3회분 체납금 중 2회분 15억달러를 납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올해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에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달러의 기금을 지원했다.
<정미경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