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당국은 추가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시 전역에 1급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뉴욕 일원의 공항과 교량을 즉각 폐쇄했다. CNN, NBC, ABC, 폭스 TV 등 방송들은 일제히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사고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사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고 직후 당초 일정을 취소한 채 보좌관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러시아 기자들과 회견할 예정이었으나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과 사태 추이를 점검하기 위해 회견 일정을 취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미국 여객기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13∼15일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크렘린측이 12일 밝혔다.
알렉세이 그로모프 크렘린 대변인은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예정대로 미국 방문길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정보기관과 연방항공청(FAA)은 추가테러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최근의 모든 정보에 대한 검토작업에 즉각 돌입했으나 사고 후 1시간여가 지난 현재 테러 조짐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관련 기관들이 “여객기 추락사고의 배경을 캐기 위해 정보를 비교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테러 공격의 징후가 없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측은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하이재킹 등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어떤 비상 상황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며 “공군은 9·11 테러참사 이후 뉴욕과 워싱턴 상공에서 초계비행을 해왔으며, 사고 당시에도 공군 전투기가 뉴욕 상공을 초계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FBI는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기내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믿고 있으며 폭발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MSNBC 방송이 전했다.
FBI는 “기체 추락 전 엔진이 동체에서 분리된 것은 드문 일”이라며 “그러나 폭발이 있었더라도 반드시 이것이 테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목격자들은 “여객기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기수부터 추락했으며, 공중에서 폭파되지는 않았다”고 사고 당시를 전했다.
한 목격자는 “갑자기 하늘에서 엔진 파편이 떨어지고 10초나 15초 뒤 비행기가 떨어졌다”며 “건물 4채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갑자기 엄청나게 큰 굉음이 들려 창문으로 달려갔더니 비행기 파편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며 “두달전 테러 기억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할 때 엔진 이상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으며, 커다란 새가 항공기 엔진에 빨려들었을 수도 있다”며 “사고 당시 뉴욕은 날씨가 맑았기 때문에 기상 이상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지역은 맨해튼에서 24㎞ 떨어진 곳으로 인구밀집 지역. 화재가 나고 있는 건물은 9·11테러사태 때 숨진 소방대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이 뉴욕시 퀸스구 일원에는 공군 전투기들이 초계비행을 하고 출근길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특히 추락현장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이 일대를 뒤덮어 수 마일 밖에서도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추락지역 40블록 밖에서 사고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으며, 앰뷸런스를 비롯해 수많은 차량이 달려갔다”며 “시민들이 집밖으로 일제히 몰려나와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뉴욕 시당국은 도시로 진입하는 모든 다리를 봉쇄했으며 긴급 차량만 통행을 허용했다. 시당국은 또 긴급지휘센터를 사고현장 부근의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긴급 설치했다.
사고 두달만에 또다시 항공기 추락사고를 접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줄리아니 시장은 사고 원인을 묻는 기자들에게 “오, 신이여”라고 탄식을 한 뒤 “지금 우리는 생존자를 한명이라도 구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항공기 추락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급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개장직후 전장보다 1.72% 하락해 9,442.96으로 떨어졌다. 프랑크푸르트 증시도 4%이상 폭락했으며 런던 파리 증시도 3%이상 급락했다.
석유가격도 급락해 북해산 원유가도 0.86달러 떨어진 20.52달러를 기록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2일 바지파이 인도총리의 영국 방문을 환영하는 내용의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뉴욕 여객기 추락사고를 보고받고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명했다.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블레어 총리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분명치 않다며 사고원인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문자 그대로 지금 방금 여객기가 뉴욕에서 추락했다는 것만 들었다. 우리는 현재로서는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과 미국민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현 시점에서 더 이상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양섭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