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항공업계=여행객들의 항공편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사고 직후 트래블로시티 닷컴, 베스트 페어 닷컴 등 인터넷 여행사와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사엔 예약취소가 쇄도했다.
미국의 9대 항공사는 이번 사고가 있기 전 3·4분기에 24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등 올해 5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해 항공업계가 26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셈이다.
항공업계는 9·11 테러 이후 전체 인력 120만명 중 10만명을 해고하고 비인기 노선 폐쇄 및 일부노선에서의 기내식 중단 등 힘겨운 자구책을 취해왔다.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3·4분기에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4억1400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바람에 직원 2만명을 해고하고, 지출을 25억달러 삭감했으나 하루에 1000만달러씩 적자를 내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3·4분기에 업계 최대규모인 11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낸 데 이어 매일 1500만달러씩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 때문에 최근 빈사 상태의 항공업계를 회생시키기 위해 50억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100억달러의 채무보증을 서 주는 등 모두 150억달러 규모를 긴급 수혈했다.
◆여행 보험업계도 휘청=항공업계 못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업계도 대목인 추수감사절(22일)을 열흘 앞두고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추락 이후 미국 내에서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나려는 고객들의 예약취소가 잇따랐다. 아메리칸항공측은 추락 사고 발생 전에 이미 추수감사절 항공 예약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뉴욕증시에서도 여행사 관련주의 폭락세가 이어졌다.
한편 이번 추락사고로 보험업계가 부담해야할 금액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의 보험료율이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윤철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yc97@donga.com
▼국내 항공-여행업계 ‘발등의 불’▼
대한항공 국제선 탑승률 | |||
노선 | 9월 테러 이전 | 9월 테러 이후 | 10월 |
일본 | 84 | 76 | 72 |
중국 | 74 | 73 | 70 |
동남아 | 67 | 63 | 65 |
미주 | 82 | 63 | 67 |
아시아나 국제선 탑승률 | |||
노선 | 9월 테러 이전 | 9월 테러 이후 | 10월 |
일본 | 75.9 | 71.4 | 61.3 |
중국 | 71.7 | 70.6 | 71.6 |
동남아 | 74.5 | 65.3 | 61.4 |
미주 | 75.2 | 58.6 | 60.6 |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해 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9·11 미국 테러 참사 이후 승객 등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이번 사고로 여행객들 사이에 불안심리가 확산돼 더 큰 매출 손실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11월이 항공여행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13일 오전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승객 감소 최소화 대책 등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추락 사고 발생 직후 미주 지역본부를 통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다면 단기간에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만 원인이 테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현재까지는 사고일 가능성이 높지만 다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오전 6시에 임원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임원들은 테러 참사에 이어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 시점이 미묘해 당분간 승객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현재 추진 중인 구조조정 작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여행업계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9·11 테러 이후 급감한 해외여행 수요가 이번 추락 사고로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영세 여행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9·11 테러 이후 해외여행객이 절반 이상 줄었고, 미국과 유럽지역은 최고 90%까지 감소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때까지 버틸 여행사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