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미국은 ‘포스트 탈레반’ 정국에서 북부동맹이 큰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립적인 과도정부 설립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고민을 안게 됐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약탈과 살육으로 얼룩졌던 ‘북부동맹 시절’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 북부동맹의 승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상태.
◆북부동맹의 악명=북부동맹은 1992년 발생한 내전 당시 대량학살과 성폭행, 민간인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포격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북부동맹 내의 최대 세력이며 고(故) 마수드 장군이 이끌었던 ‘판즈시르 밸리’ 지역의 부대는 탈레반과 전투를 벌이면서 민간인 지역에 대해 무차별 포격을 퍼부어 비판을 받았으며 점령지에서도 대규모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BBC 방송도 자발적으로 탈레반군을 도왔던 주민들 몇 명이 북부동맹군에 의해 그 자리에서 총살됐다고 14일 전했다.
◆미국과 주변국의 고민=파키스탄은 북부동맹이 타지크와 우즈베크 하자라족으로 구성돼 러시아와 이란 인도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내 다수 종족이며 탈레반 지지세력인 파슈툰족이 자국에도 많이 거주하고 이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탈레반이 붕괴한 뒤 새 정권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등 주변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북부동맹이 주축이 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파키스탄이 비우호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어떤 조직=북부동맹은 느슨한 연합체로 결속력이 약하다. 민족적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타지크와 우즈베크 하자라족 7개 분파의 반군 단체들이 ‘탈레반을 전복시키자’는 기치 아래 만든 조직. 국제법상 비록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고 있지만 분파간 협력과 신뢰가 별로 없으며 알력도 심하다. 각 분파에서 존경을 받으며 파벌간 알력을 조정했던 아흐마드샤 마수드 장군이 9월 초 살해되는 바람에 결속력이 더욱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