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 있는 동물원의 터줏대감인 사자 ‘마르얀’(사진). 동물원측이 무려 45세라고 주장하는 마르얀은 탈레반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와 마찬가지로 애꾸눈이다.
마르얀이 애꾸눈이 된 것은 군벌들간의 내전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 한 게릴라가 동료들에게 용기자랑을 하러 우리 안으로 들어와 마르얀을 괴롭혔고 놀란 마르얀은 그를 물어 죽였다. 다음날 그 게릴라의 동생이 찾아와 마르얀 앞으로 굴려넣은 것은 소형폭탄. 마르얀은 그때 한쪽 눈을 잃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탈레반 치하에서 이 동물원의 직원은 19명에서 11명으로, 동물가족은 37종에서 19종으로 줄었다. 동물원장 셰라그하 오마르는 “한달 20달러인 봉급을 4개월째 못 받았지만 마르얀에게 하루 10㎏에 달하는 먹이는 거르지 않고 줘왔다”면서 “지난 10여년간 내전과 강압통치에 시달려온 동물들도 이제 새 세상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