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1주일새 개벽]여성들 립스틱 바르고 미용실서 염색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32분


“조만간 카불 시내에서 미용실을 열까해요. 5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거지요. 외국인 손님들도 대환영입니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붉은 색 립스틱을 짙게 칠한 라피나씨의 눈빛이 흥분으로 빛난다. 탈레반 정권하에선 보기 어려운 여성의 모습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비밀리에 미용실을 운영해오며 가끔 단골 손님들을 위해 비디오를 상영하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카불시내여성들의모습이한층 밝아졌다. ‘노바디(nobo-dy)’에서 ‘섬바디(somebody)’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활력이 느껴진다.

시내 사원 앞에 옹기종기 모여든 여성들은 그동안 입고 있던 부르카를 벗어던지고 다시는 보기도 싫다는 듯 발로 이를 밟아댄다. 강가에서 무리지어 머리를 감는 한 무리의 여성들도 눈에 띈다. 가족과 함께 카불 시내에 드라이브를 나온 한 소녀는 창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행인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동안 강요받았던 침묵을 보상받고 싶어서 일까. 아프간 라디오 방송국에는 아나운서 등을 지원하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열한살의 주바이다양은 이제는 몰래 숨어서 ‘지하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 책들을 베일 밑에 감춰놓을 필요도 없다. 그녀는 지금 책걸상조차 없는 교실 마룻바닥에서 힘들게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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