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칸다하르서 최후 항전"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6분


탈레반군은 22일 북부의 마지막 거점 쿤두즈에서도 항복하기로 합의하고 이제는 칸다하르 등 남부 일부만 확보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대변인인 시에드 타이야브 아그하는 21일 아프가니스탄 남부도시인 스핀볼다크에서 서방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우리는 지금 3, 4개 주밖에 통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우리 휘하에는 알 카에다 조직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식 발표는 빈 라덴과 자신들이 공동 운명체임을 강조해 왔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회견 1시간 전 스핀볼다크 지역의 탈레반 치안책임자인 무하마드 사에드 하콰니가 “빈 라덴은 우리의 손님이며 그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 것과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탈레반 내부의 동요는 지난주부터 본격 가시화됐다. 오마르의 측근 중 한 명인 하지 물라 크하크사르 탈레반 내무차관은 지난주 카불이 함락될 때 카불 잔류를 택했다.

역시 핵심 측근인 하지 바샤르도 오마르와 적대관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탈레반군은 정규군 3만5000명에 파키스탄 등에서 온 자원병들을 합쳐 5만여명에 이르렀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죽고 흩어져 현재 남부에 남은 병력은 전쟁 초기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도시는 포기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 장기 게릴라전으로 대항한다는 전략도 탈레반 내부에서도 인기가 없는 편. 대소(對蘇)항전에 참여했던 전 아프간 장교 알리 잘라리는 “탈레반 집권 5년간의 실정과 참혹한 경제 사정 때문에 이제는 목숨을 걸고 게릴라들을 도와줄 주민이 많지 않다는 점을 탈레반 내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그렇지만 오마르로서는 최후까지의 항전 이외에 대안이 없는 형편. 미국과 북부동맹은 “협상은 없다”고 강경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홍·하종대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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