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벼랑 끝까지 밀린 전세(戰勢)속에서 북부동맹군에 맞서 마지막 저항 중인 외국인 자원병, 즉 이슬람 전사(戰士·무자헤딘)중 한 명인 파루크 샤(21)는 파키스탄 북부에 살던 대학생이다. 지난달 중순 어머니의 훈계를 듣고 ‘지하드 참가자’ 모집에 자원, 500여명의 또래 청년들과 함께 산악도로를 타고 국경을 넘어 탈레반군에 합류했다가 집 떠난 지 1달여 만에 생사의 기로에 섰다.
총 1만∼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탈레반 가담 외국인 자원병들은 대부분 이 청년처럼 20대, 30대의 이슬람 교도들. 대다수는 파키스탄 출신이며 특히 아프간과의 접경 지역에 살던 파슈툰족 청년들이 많다. 파슈툰족은 탈레반의 근거 민족. 그 밖에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체첸 우즈베키스탄 중국 서부 위구르 출신 등 다양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생이나 농부 출신. 이중 1000명가량은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대원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은 알 카에다와 직접 관련은 없다.
파키스탄 출신 중에는 급진 이슬람 대중조직 지도자들의 독려로 참전한 사람이 많다. 22일 미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한 아불 칼람(23)도 그 같은 경우. 파키스탄 카라치대학생으로 ‘순수한 이슬람국가 실현’이라는 신념을 좇아 지난달 6일 아프간에 들어간 그는 그러나 지난주 탈레반 진지를 이탈,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를 가장 못 견디게 한 것은 밤낮없이 퍼부어대는 미군기의 폭격이 아니었다. 칸다하르의 탈레반 병사들이 민간인 남자들을 강제로 징발하면서 여자와 아이들을 인질처럼 수용소에 가둬놓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 특히 지난주 탈레반 병사들이 장난감 삐삐를 들고 가던 16세 소녀를 스파이라며 쏘아 죽이는 것을 보고 ‘이상과 현실의 엄청난 간극’에 절망하며 탈출을 결심했다.
아프간 전쟁이 낳은 ‘불운아’들인 외국인 자원병들. 이미 마자르 이샤리프 전투 등에서 상당수가 숨지고 2000명이 실종됐다. 아직도 쿤두즈와 칸다하르 등에서 수천여명이 결사 항전하고 있지만, ‘암울한 전쟁’에 절망하며 전선을 이탈하는 외국인 자원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아불 칼람은 “칸다하르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집트 카이로 출신의 아부 푸르칸이라는 병사도 탈출을 꿈꿨지만 ‘여권도 없고 카이로까지 무사히 간다해도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라며 결국 주저앉았다”고 그의 안부를 걱정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