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차 유엔총회 의장으로 최근 귀국한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은 28일 정부중앙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동아일보사와 단독 회견을 갖고 테러와의 전쟁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 장관은 “9·11테러 때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86개국의 무고한 시민이 숨졌다”며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 장관과의 일문일답.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랍권 등에서는 ‘문명간의 충돌’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제가 뉴욕에 갔을 때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유엔총회 의장실로 찾아와 ‘오사마 빈 라덴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서 테러를 감행한 것처럼 얘기해 굉장히 곤혹스럽다’라고 털어놓더라고요. PLO가 그렇게 말할 정도로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이 테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등 다른 나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은 세계 여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조직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국제테러가 근절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테러를 지원하거나 훈련 장소를 제공하는 국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이라크까지 공격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지 않을까요.
“제가 유엔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9월12일 189개 유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테러규탄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9월28일에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테러자금을 차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대(對) 테러위원회(Counter Terrorism Committee)’까지 설치했습니다. 10월1일부터 5일간 열린 국제테러 근절을 위한 유엔 토론회에서는 167개국이 발언을 신청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만약 다국적군이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나라를 공격한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을 때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서 600여명의 외국인 자원병들이 몰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은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보내달라는 탈레반측의 요청을 거부한 유엔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무기를 휴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쟁이 한창일 때는 분규지역이라도 보내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전쟁 중인데다 PKO를 조직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PKO를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유엔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유엔의 역할은….
“유엔은 라크다르 브라히미 특사를 임명해 아프가니스탄 새 정부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전쟁이 종료되면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미 한국과 미국, 일본 등 21개국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한 장관은 29일부터 열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본회의 주재를 위해 회견 직후 뉴욕으로 다시 떠났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