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이 지난해 나란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건국이후 36년만에 처음이며, 48년에 건국한 이스라엘은 48년만에 처음이다.
두 나라는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97, 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때도 성장을 거듭해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 체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 9.9%의 고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싱가포르는 지난해 2·4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0.4%를 기록했고 3·4분기 -5.5%, 4·4분기 -7.0%를 기록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2.2%를 기록했다고 싱가포르통화청(MAS)이 2일 발표했다.
장기 전망에서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동남아권의 경제 중심이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싱가포르는 이래저래 비상이 걸렸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은 지난해 GDP가 2000년보다 0.5% 감소, -1.4%를 기록한 53년 건국 초반 혼란기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지난해 12월31일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관광객수가 2000년 220만명에서 지난해 110만명대로 급감하는 등 관광산업이 위축된 것도 경제 부진의 한 원인.
하지만 이들 두 나라의 이례적인 마이너스 성장은 무엇보다 지나치게 정보기술(IT)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 온 국가경제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MAS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의 지난해 성장률은 -1.6%였으나 제조업은 -9.1%로 감소폭이 컸다. 첨단 전자산업은 제조업의 40%, 수출의 68%를 점하고 있는 최대의 산업으로9·11 테러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주문 격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 이스라엘은 단일 국가로는 미국 이외에는 가장 많은 120개 기업을 미국 나스닥에 등록해 놓고 있는데 지난해 9월부터 나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타격을 입어 지금은 집단 감원 발표가 줄을 잇는 흉흉한 분위기다.
이 점에서 올해 플러스 성장을 이룬 한국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30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다각화된 산업구조를 지목, 한국이 정보통신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철강과 같은 수익성 있는 ‘구경제’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었다고 지적했다.
대외정책연구원의 권율(權栗) 연구위원은 “대외 의존성이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지만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내수와 서비스산업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두 나라의 사례는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