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과도정부-탈레반 “오마르 신병인도 조건부 합의”

  • 입력 2002년 1월 4일 17시 47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잔당과 현지 부족이 남부 바그란에 은신중인 탈레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신병 인도에 조건부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오마르가 체포됐다는 설까지 나왔다.

아프간 과도정부의 모하메드 아민 파르항 재건장관은 3일 독일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오마르가 체포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더 이상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3일 B1 폭격기 등을 동원해 6일 만에 토라보라 남부의 건물들을 폭격했다. 미 NBC방송은 4일 “미국의 공습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 지역에 은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라며 “공습 하루전 무인정찰기가 이 지역에서 빈 라덴 경호와 유사한 호송 행렬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오마르 신병 인도 합의?〓굴 아그하 칸다하르 주지사는 탈레반 지휘관 압둘 아하드가 부족원로회의에서 “공습을 중단하면 오마르의 신병을 넘기고 1500명의 휘하 병력도 투항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신병 인도 협상은 지난해 12월 31일 시작됐으며 세르 모하메드 헬만드 주지사를 단장으로 한 아프간 과도정부 협상팀이 탈레반측과 최종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협상팀은 바그란의 탈레반 잔당에게 5일까지 투항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회의적인 미국〓미 국방부 대변인 존 스터플빔 해군 소장은 “오마르를 체포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믿는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마르가 칸다하르에서 투항 협상으로 시간을 번 뒤 포위망을 벗어난 전력이 있어 이번 협상도 시간벌기용이 아니냐는 관측 때문인 듯하다. 알 카에다 교범은 ‘패배가 분명해지면 많은 조직원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려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한편 아프간 전쟁 종결을 앞두고 오마르가 갑작스레 부각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빈 라덴의 행방을 찾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오마르를 선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외신종합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