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대영제국과 작별을”… 영국 국민에 촉구

  • 입력 2002년 1월 6일 17시 41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영국인들에게 ‘대영제국과의 작별’을 촉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데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인도를 방문중인 블레어 총리는 5일 현지 경제인들과의 회견에서 “영국은 이제 제국도 아니고, 초강대국도 아니지만 할 역할은 있다”면서 “향수와 고립주의로의 위축을 거부하며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영원한 세력(force for good)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대영제국이 200여년 간 지배했던 인도에서 영국 총리가 ‘제국과의 작별’을 촉구한 것은 9·11테러 이후 변화된 국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영국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역할은 농구의 센터와 같은 중심역할이며 이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역사와 지리, 언어의 강점과 미국, 유럽, 영연방 등과의 특별한 관계,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의 위상, 영국군의 기능과 명성, 채무 및 개발문제에 대한 기여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심역할’의 예로 대(對) 아프가니스탄 테러 전쟁에서의 영국군의 기여와 전후 아프간 재건사업에 대한 영국의 인도적 참여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일부 비판론자들은 블레어 총리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외무장관을 역임한 더글러스 허드 같은 사람도 영국이 더 이상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체급에 비해 강펀치를 날릴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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