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주간지 디 자이트의 요제프 요페 편집장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미군의 피해 없이 아프간전을 수행함으로써 베트남전이 낳은 ‘보디 백 신드롬(body bag syndrome·전사한 미군의 시체를 넣은 검은색의 포대가 미국인에게 던져준 충격)’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둘째, 미국이 한번 결심하면 전통적인 우방국뿐만 아니라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도 따라오게 된다. 셋째, 말만으로는 안되고 총과 함께 해야 한다.
요페 편집장은 이 같은 교훈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넘버 원’ 미국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영자지 저팬 타임스의 유타카 마타에바라 편집국장도 교토 기후협약과 국제지뢰금지협약, 포괄적 핵실험금지협약, 생물무기협약 등 미국이 거부한 국제협정을 열거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다른 나라와 함께 국제질서를 형성하려는 자세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의 칼럼니스트인 미셸 랜즈버그는 “미국이 억압받는 아프간 여성에게 자유를 찾아줬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다면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는 협정’을 왜 거부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컬럼비아대 아프리카연구소의 마흐무드 맘다니 소장(우간다 출신)은 미국이 앙골라의 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UNITA)과 모잠비크의 RENAMO,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과 같은 테러세력들을 지원해 왔으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거대한 ‘역사의 역설’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휴고 영은 “아프간 승전이 미국에 공화당 우파의 단순한 시각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의 최대 영자지 던의 주베이다 무스타파 편집국장은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와 적극적인 군사개입이라는 두 극단을 오가고 있다”면서 “미국은 두 극단 대신 투자와 무역을 통해 세계의 번영과 안정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