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증권 금융시장 개방후 美 영업에 밀려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39분


일본의 노무라증권이 미국 월가의 거센 도전으로 40년간 유지해 온 일본 증권업계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지는 8일 노무라증권이 지난해 신주 공모의 영업실적에서 월가의 시티그룹이 지배주주로 있는 닛코 살로먼 스미스바니사에, 인수합병의 자문 실적에서는 골드만 삭스와 메릴린치에 추월당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은 1925년 공식 창립됐지만 실제 역사는 130년 전인 18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여서 일본경제의 한 상징처럼 여겨져 온 기업. 97년 야쿠자와 공무원들에 대한 특혜 제공 등의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00년 3월 결산에서 2조원대의 순익을 기록할 만큼 튼튼했다.

그러나 98년 금융시장 개방 이후 월가의 기업들이 대거 일본에 진출하면서 노무라증권은 알게 모르게 영역을 계속 잠식당해 왔다.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신주 공모 실적이 1조2700여원으로 1위를 차지한 닛코 살로먼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외국기업 매각이나 인수 거래 수주에서는 9위로 내려앉았다.

경기침체로 해외에 매각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면서 매매를 중개한 월가의 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오고 있는 것도 한 요인. 모건스탠리와 같은 외국계 기업들의 주식거래가 일본에서 거래되는 전체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때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금융시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자신과 거래하는 기업의 주식 지분을 대거 보유해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거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었다”며 “개인들도 금이나 은행예금 형태로 자산을 보유해 증권·채권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월가의 적극적인 영업이 일본의 증권·채권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전체 영업실적에서는 여전히 1위인 노무라증권측은 월가의 기업들이 수수료만 챙겨 나갈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형 신주 공모 몇 건이 닛코 살로먼으로 가는 바람에 순위가 역전됐지만 월가의 위협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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