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정책연구소인 CATO연구소의 브링크 린지 선임연구원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외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만연한 무능과 부패, 비효율과 낭비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투쿠만주의 경우 40만명의 봉급생활자 중 공무원이 18만명이며 북부에 있는 포모사주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거의 절반이 정부 월급을 받고 있다. 이 중 대다수의 공무원은 월급을 받기 위해 한 달에 한번 정도 출근하고 있다.
90년대 카를로스 메넴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서 공무원이 계속 늘어나 2000년 주정부의 평균 비용 지출은 95년에 비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89년 9.4%에서 2000년 21%로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90년대 계속된 민영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이 오히려 상승하면서 재정이 바닥난 주정부들은 외국에서 자금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무능한 공무원들의 부패로 인해 규제완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대거 아르헨티나에서 떠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고금리 상황에서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속한 자금회전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투자 의욕 저하가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몰고 왔다. 가장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사법부 또한 정치권의 시녀로 전락하면서 10년이 넘던 대법원 판사의 평균 임기가 4년으로 줄어들었다. 사회 전반에 뇌물과 특혜가 횡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제투명성 지수는 91개국 중 57위, 국제경쟁력 순위는 59개국 중 54위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린지 연구원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문제점은 90년대 IMF와 미국이 처방한 시장개방 개혁이 너무 지나쳤던 것이 아니라 너무 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