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中 월드컵 첫경기 날짜도 장소도 “OK”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20분


지난해 중국에는 3대 경사가 겹쳤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에 진출해 숙원 사업들을 한꺼번에 푼 것.

중국 축구대표팀은 6월 4일 한국 광주에서 코스타리카팀과 첫 경기를 갖는다. 중국은 내심 이 경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같은 조에 편성된 팀중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코스타리카를 이기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마자 첫 승을 거두는데다 16강 진출의 희망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경기 날짜와 장소를 두고 중국 당국은 영 마음에 캥겨하는 듯한 분위기다.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6월 4일은 중국에서 ‘리우쓰(六四)’로 부르는 1989년 톈안(天安)문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인민해방군과 탱크롤 동원해 학생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

해마다 ‘리우쓰’가 되면 톈안문의 경계는 삼엄해지고 학생들의 동태에 대한 당국의 사찰도 강화된다.

경기 장소가 ‘5월 항쟁’의 현장인 광주라는 것도 톈안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이 월드컵 개막식에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거듭 초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장 주석이 한국행을 망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중국 축구팬들은 오히려 좋게만 생각한다. ‘6.4’는 합치면 ‘10’으로 중국에서 ‘완전’을 의미하는 숫자다.

광주도 중국 축구가 21세기의 ‘둥팡밍주(東方明珠)’로 등장해 찬란한 빛을 발하기에 안성마춤인 지명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월드컵 첫경기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중국 당국과 축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유성기자 yshwang@donga.com

◇특별취재팀

국제부=황유성차장 이종환 베이징특파원 이영이 도쿄득파원 하종대기자, 경제부=박래정·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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