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경매업체 e베이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도산하고 야후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대표주자들도 휘청거리는 와중에서 e베이는 지난해 매출이 74%, 순익이 50% 늘어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e베이 주가는 66달러 수준으로 아마존(9달러), 야후(20달러)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84억달러(약 23조9200억원)에 달하는 e베이의 시장 가치는 대형 유통체인 시어스와 K마트의 시장 가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최근호에서 인터넷 거품이 꺼지고 난 후에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e베이의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인 멕 휘트먼의 경영 수완을 집중 조명했다. 휘트먼은 올해 이 잡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CEO 25인’에서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재계에서는 내년이면 휘트먼 사장이 최근 컴팩과의 인수 협상이 난관에 부닥치면서 사임 위기에 놓인 피오리나 회장을 누르고 최고의 여성 경영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목〓e베이는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이지만 오프라인적인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내세우며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대다수 인터넷 기업과는 달리 e베이는 철저한 ‘실적주의’ 기업이다. e베이 경영회의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접속했나, 어느 상품이 인기 있었나, 경매가는 얼마였나, 어떤 기획 상품이 잘 팔렸나 등에 대한 꼼꼼한 통계가 자주 언급된다.
e베이의 오프라인적 전통은 휘트먼 사장의 경력에서 기인한다. 7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휘트먼 사장은 41세의 나이로 98년 e베이에 입사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여러 오프라인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휘트먼 사장은 프록터 앤드 갬블(P&G), 하스브로 등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업체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수만 가지의 상품이 거래되는 e베이 사이트를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꾸몄다. 휘트먼 사장뿐만 아니라 e베이를 이끄는 대다수 경영진은 제너럴 일렉트릭, 펩시코, 매킨지 등 오프라인 기업에서 영입된 40대 이상의 ‘노장파’ 인사들이다.
▽경매에서 판매 사이트로〓e베이에도 위기는 있었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경매로 이어주고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챙기는 e베이는 지난해 초 인터넷 거품이 꺼지고 경쟁업체가 다수 등장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 2000년초 주당 122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일년만에 3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초 휘트먼 사장은 수수료 마진이 적은 소장품 경매에서 벗어나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현재 e베이는 IBM 시어스 미쓰비시 등 30여개 대기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업 개시 일년만에 자동차에서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전체 수입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7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e베이는 4년안에 매출을 3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포천지는 휘트먼 사장의 경영 능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매출 전망은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멕 휘트먼은 누구인가
▽1957년생
▽77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졸업
▽79년 하버드대 MBA
▽80∼85년 생활용품업체 프록터 앤드 갬블(P&G) 근무
▽86∼88년 컨설팅업체 베인 앤드 컴퍼니 부사장
▽89∼92년 월트디즈니 부사장
▽92∼95년 신발제조업체 스트라이드 라이트 사장
▽95∼97년 꽃배달업체 FTD 사장
▽97∼98년 완구업체 하스브로 사장
▽98년∼현재 e베이 사장 겸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