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할인점체인 K마트 파산…엔론여파 유동성 직격탄

  • 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38분


굴지의 미국 소매유통회사인 K마트가 빠르면 22일(현지시간) 파산을 선언하고 자산보전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지가 22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K마트가 파산할 경우 소매유통업체로서는 사상 최대의 규모이며 지난달 2일 엔론 파산에 이어 미 경제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마트는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미국 내 업계순위 3위인 K마트는 47억달러(약 6조1100억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이중 20억달러의 채권을 엔론의 채권자이기도 한 JP 모건 체이스와 플리트보스턴 파이낸셜, 제너럴 일렉트릭스사가 보유하고 있다.

▼엔론 여파로 유동성 직격탄▼

▽파산위기 원인〓파산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현금유동성의 부족. 지난달 성탄절 쇼핑 시즌 매출이 전년대비 1% 감소한 데다 엔론 파산 이후 보증사채의 발행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K마트의 한 자문역은 “만약 엔론 파산사태만 안 터졌어도 성탄절 이후 현금 흐름이 원활했을 것”이라면서 “엔론 사태의 여파로 금융권이 공포에 질려 금융 보증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JP 모건사 등 채권은행들은 K마트의 자산보전 신청을 막기 위해 20억, 3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대출방안을 모색했으나 합의에 실패해 결국 파산 신청으로 치닫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자산보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채권자들의 담보회수가 제한돼 일시적으로 기업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K마트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전체 할인판매점의 25%가량인 500개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21일 신선식품 공급업체인 플레밍사가 지난주 7800만달러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K마트에 식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K마트가 파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돈 바 있다.

▼무리한 저가전략 몰락 재촉▼

K마트 흥망사
1899년세바스천 S 크레스게, 디트로이트에 첫 상점 개설
1925년크레스게, 뉴욕증시 상장
1962년 미시간에 첫 할인판매점 개설. 체인점 17개소로 확대
1977년크레스게에서 K마트로 개명
1981년2000번째 K마트 할인점 개장
1990년월-마트,매출액에서K마트추월
1995년200개소의 할인점 폐장
1997년온라인 소매점인 블루라이트닷컴(BlueLight.com) 개장
2000년 7월72개 할인점 폐장
2001년초‘빅 K마트’에서 ‘슈퍼 K마트’로 점차 개명하겠다고 발표

▽K마트 흥망사〓1899년 창업한 103년 전통의 K마트는 62년 할인판매점이라는 혁신적인 판매방식으로 약 30년간 미국 최대의 소매유통회사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90년 월마트에 매출액 1위를 내준 뒤 지난 10년간 판매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재 월마트의 회사 규모는 K마트의 다섯배에 이른다.

미국의 소매유통시장은 그동안 도시 교외 중심의 K마트와 농촌 중심의 월마트, 그리고 고급 및 첨단유행품목의 할인전문점인 타깃(Target)이 3분해 왔다. K마트 파산의 근본원인은 80년대 이후 자신의 아성인 교외지역에 침투해온 월마트에 전혀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 똑같이 박리다매(薄利多賣) 전술을 구사했지만 저비용구조를 구축한 월마트를 당해낼 수 없었다. K마트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2000년 41세의 찰스 코너웨이 CVS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파격적으로 영입했다. 코너웨이씨는 월마트보다 가격을 더 할인하면서 신문광고를 대폭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판매가 늘지 않아 오히려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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