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문화원 피습사건]印 “파키스탄 지하드 소행”

  • 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38분


22일 발생한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 소재 미국 문화원 테러는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을까.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인도 경찰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이번 사건이 특정 단체에 의해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테러 자체가 1, 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완료된 점과 사건이 미 문화원을 경비하는 경찰병력의 교대시간에 일어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우발적인 총격사건은 아니라는 게 현지경찰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 측에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범행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시기적으로 로버트 뮐러 미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프랜시스 테일러 미 순회대사가 대테러전쟁 협력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뉴델리를 방문 중이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레시 로이 뉴델리 인도 경찰청장은 “26일 인도공화국 기념일에 대한 위협의 하나로 미국 건물이 공격당할 것이라는 정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무장과격단체 소행?〓인도 측은 우선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지하드 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도 측은 이번 테러가 특히 의회 의사당 폭파사건이 있은 지 40일 만에 자행된 것이어서 더욱 의심하고 있다.

스와미 인도 내무부 차관은 사건 발생 직후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에 뿌리를 둔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 경찰의 고위 관리도 “이번 테러는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하르카트 울 지하드 이 이슬라미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키스탄 반환을 요구하는 단체로 미국의 테러단체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 단체의 무하마드 리즈완 카슈미리 대변인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또 카슈미르에 본부를 둔 이슬람 무장조직 연합지하드위원회는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파키스탄도 인도 측의 이 같은 주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가 지배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인도정부에 반기를 들어왔다. 또 콜카타가 공산주의자나 노조에 의한 반미집회나 시위가 빈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저질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최근 카슈미르 분쟁과 관련 미국의 역할에 불만을 품은 인도 내 일부세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리스트를 척결하라며 파키스탄에 압력을 가해왔으나 최근에는 인도에 카슈미르 국경지역의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키라고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해왔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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